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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1-2. "앗 5000만원, 교사 자격보다 싸다!"

by Mr.dodo 2023. 11. 23.

제목은 검증을 거친 사실이 아니라

당시에 내가 살던 곳, 그리고 내가 다니던 학교에도 짙게 떠돌던 낭설이다.

재단 혹은 이사장에게 기부금 5000만원만 내면 사립학교 선생을 할 수 있다

 

 

사립학교는 임용시험이나 다른 국가 공인 절차 없이, 학교마다 자체적인 채용 절차가 있는데

이런 괴랄한 제도 때문에 생긴 비리가 바로 돈을 주고 교사가 되는 것이다. 

 

어디에나 괴담은 있는 법이니, 부디 분통 터트리면서 고소는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마냥 괴담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

실제로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못돼 먹은 관행 아니던가

 

대신 "그 소문에 신뢰를 더한 사람이 누구냐"가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남중에 인권이 있다고 믿느니, 차라리 여학생이 있다고 하면 믿겠다.

 

14살을 교탁 밑에 집어넣고 교탁을 마구잡이로 흔들고 때리는 것

'남근 파열법'이라며 학생의 XX을 꽉 잡고 움켜지는 것 (마동석이냐?)

 

이런 일상적인 인권 침해는 이미 가스라이팅을 MAX로 먹은 상태라서,

당시에는 문제의식을 느끼지도 못했다.

 

 

내가 못 참은 것은 그들의 폭력성이 아니라, 무능이었다.

 

동네에서 나름 공부 잘하는 학교라고

어깨에 힘을 주고 다녔던 그 학교는

 

무슨 시범 정책을 시행한다며

모든 학년을 오후 5시까지 학교에 남겨서 공부를 시켰지만,

정작 선생들은 수준 미달이었다.

 

정규 수업시간도 제대로 가르칠 역량이 안되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오후 보충/심화 수업까지 가르치라고 했으니 말이 될리가 있나

 

영어 선생은 나보다 영어를 못했고, 과학 선생은 하루 종일 EBS를 틀어줬다.

하긴 애들 때리기 바빴는데 뭔들 똑바로 할 수 있었을까

 

 

"자퇴할게요"

 

시간이 아까웠다.

여기서 하루에 8시간씩 버릴 바엔 차라리 자퇴하고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게

차라리 뒤쳐진 내가 민사고를 가기 위한 우월 전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자퇴를 선언한 날 엄마는 알고 있었다고 한다.

"얘는 어차피 막을 수 있는 애가 아니구나"

 

그리고 나를 믿어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오프로드를 달리겠다는 것을

보고만 있기에는 조바심이 났는지 대안학교로 나를 꼬셨다.

 

 

8학년이 되다.

 

영어는 잘 못했지만 중학교 성적은 좋았고, 나름 모태솔로

아니 모태신앙이었던 나는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했는지 모 국제학교 편입에 성공했다.

 

분명 내가 들어갈 때는 국제 학교였는데, 들어가고 보니 죄 한국인 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이젠 인가를 받아 국제학교도 아니다.

 

쨌든 선교사 자녀들을 위해 설립된 그 에덴동산에서

짝사랑에 눈이 멀어, 민사고의 꿈은 온데간데 집어치워버렸다.

 

그렇게 쉽게 내버릴 꿈은 아니었는데..

 

 

처음으로 느껴본 사랑이라는 감정의 끌어당김에 나는 한치의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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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저는 커서 연세대학교 의대에 갈래요"

1. 중학교 1학년, "더이상 학교에서 배울 것이 없다" 며 자퇴
1-1. 나를 울렸던 첫 번째 여자, 박원희
1-2. "앗 5000만원, 교사 자격보다 싸다!"

2. 대안학교 입학, 인생은 쓰고 첫사랑은 달다

3. 고등학교 3학년, 전문대 불합격


4. 남자 전용 기숙학원에서 살아남기

- 싸움이 났을 때 뒷짐 지고 이기는 꿀팁

5. 대안학교 내신 5.12 수포자 (수능 포기자), 연세대학교에 입학하다. 근데 이제 짝사랑은 실패한

 

[After Yonsei]

6.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는 사실 5년제야
- 신촌의 국회의사당 학생회관 319
- 나보다 대외활동 더 많이 한 사람 나와봐, 미안해 다시 들어가
- 다시 태어나도 연세

7. 학과 대표로 졸업장 수여받고 졸업

8. 로스쿨이 가고싶니?
- 가라는 연대로스쿨은 못가고, 메가로스쿨만 간거야

 

 

[Hyundai EL]

9. No 복수전공, No 인턴, No 학회, 비상경 문과의 취업기
- 이 아이가 취준이라는 것을 알까요? (서류 5개 쓰고, 4개 붙기)
- 임원면접에서 혼나고 최종합격하기 "너 왜 사진을 이런 걸 올렸어?"

10. "엘리베이터 고장나면 오빠가 오는거야?"

11. 숨겨진 꿀기업 현대 엘리베이터
- 무지출 챌린지
- 극강의 워라벨
- 종로 5가의 밤은 깊어가

 

NOT Fun Facts

1. 사실 모태솔로도 맞았고, 그 후로도 꽤 긴 시간 모태솔로였다.

2. 기부금 관행은 내가 다니던 학교에 선생님들이 반드시 그랬을 것이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3.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교사가 되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4. 교사의 교권을 누가 무너뜨린걸까? 나는 교사라는 탈을 쓴 양아치들이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5. 물가 상승률로 인해 지금은 단가가 올라 1억 정도 한다는 뉴스를 최근에 봤다.

 

 

 

사진 출처: 범죄도시 2